체육관의 살인, 아오사키 유고, 2014년 우리말 번역본 수족관의 살인, 아오사키 유고, 2015년 우리말 번역본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오타쿠가 아니면 손대지 말라고 겁을 주는 느낌이다. 다행히도 구입을 한 책들이 아니라 빌려 읽은 책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이다. 표지가 주는 오타쿠 지향성도 별로지만, 내용 진행도 오타쿠만 읽을 것이라고 전제하는 듯하다. 역자의 소개에 따르면 저자가 원래 오타쿠용 소설로 작가생활을 시작하려고 시도했었다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겠지. 오타쿠나 알아들을만한 참조들은 둘째치고라도, 만화에서나 통할 심하게 비현실적인 인물설정부터 걸리적 거린다. “헤이세이 엘러리 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역자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일본 문학평론계와 나는 매우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
벚꽃, 다시 벚꽃 (桜ほうさら), 미야베 미유키, 2015 우리말 번역본 어쩌면 작가의 작품세계에 들어가는 첫 책으로는 잘못 집었는지도 모르겠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가 추리작가로 유명하다는 것까지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추리소설 자체를 열정적으로 찾아다니지는 않는지라 한 권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건 나뿐이라고 핀잔을 주듯이 마지막 페이지에는 지난 6월에 이미 불과 1달만에 4번째 찍은 것이라고 나와있다. 하지만 뭔가 미심쩍은 부분도 있기는 하다. 2013년에 발표되었고 뒷표지 날개에 나와있듯이 이미 2014년 신년 초하루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이제서야 번역이 되었다는 것은 이 작품이 작가의 평소 스타일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근거도 없는 ..
학기초가 되거나 방학이 시작되면 다들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욕이 충만하다. 그래서 주변이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교과서를 추천해 달라고 문의하는 (수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문의를 할 때 자기의 수준을 설명 안하고 넘어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질문자의 수준을 묻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 보일 지경이다. 정말 자기 수준에 맞는 수학 교과서를 원한다면 자기 학교의 수학과 홈페이지를 보면 된다. 요즘은 강의계획서를 제공하지 않는 학교가 드믈다. 많은 경우에는 과거 강의계획서까지 제공한다. 그 강의계획서를 보고 교재를 구해서 강의계획에 맞춰 읽어나가는 것이 자기 수준에 맞는 자습이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질문은, 왜 하필이면 자기 학교 수학과 홈페이지를 봐야 하는가, 왜 누구나 좋..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들 느끼듯이, 어떤 키워드를 찾아서 블로그로 유입되는지를 보는 것도 나름 흥미롭다. 내가 써 놓은 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그게 바로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검색으로 유입되는 키워드를 보면, 보통은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서 관련 정보가 있을까 해서 읽어보는 사람들이다. 가끔은 우연히 키워드로 검색이 되었는데 관련성이 좀 떨어지는 글이라면 찾아온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오늘은 아주 독특한 키워드가 보인다. 한번만 나타났으면 그냥 클릭을 잘못한 경우라고 보고 지나갔을 법한 키워드이다. 그런데 검색 엔진을 바꿔가면서 두번이나 나타났다. 이건 사람이 한 것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검색엔진에 뻔히 글 제목과 그런 키워드가 나타나는 몇줄이 보여지는데, 저 키워드..
스캔한 문서나 사진등을 효율적으로 저장/배포/열람하려는 목적으로 DjVu라는 문서형식이 개발되기 시작한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역사가 오래된만큼 DjVu형식의 문서를 읽을 수 있는 뷰어도 스마트 폰을 포함한 거의 모든 환경에 존재한다. 윈도우즈 환경에서는 WinDjView와 DjView가 널리 알려져있다. 기능이야 어차피 같으니까 아무거나 써도 상관없다. 나의 경우에는 실행파일 하나만 있으면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는 WinDjView를 선호한다. 지난 버전이 나온지 거의 3년만인 올해 초에 WinDjView 2.1이 공개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터치스크린 입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보통의 경우에는 윈도우즈가 터치스크린 입력을 자동으로 스크롤이나 마우스 버튼 입력으로 변환을 해..
Maus, Art Spiegelman 우리말 번역본: 쥐, 2014 만화로 전달하지 않았다면 너무나도 무거웠을 내용이다. 하지만 만화가 아니었다면 심상(心像)이 없어서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추상적으로 받아들였을 내용이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사 시간에도 배우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을 다시 밟아 나가는 것은 주인공과의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경험인 듯이 느끼게 한다. 마치 스타트렉의 한 에피소드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개인의 입장에서 다시 살아가게 한다. 나만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닐테니까 퓰리쳐상까지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 뒤에 가려져 있는 현실은 내가 이 만화를 전적으로 찬양할 수 없게 한다. 블라덱이 흑인에 대해 가진 편견과 그에 대한 프랑소..
유튜브를 검색하면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MIT에서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동영상 강의를 시발점으로 꽤나 많은 학교들이 무료 강의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향을 받아 강의 동영상을 모아서 제공하는 사이트도 생긴지 한참 된다. 해석개론 교과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Rudin의 Principles of Mathematical Analysis는 해석개론을 이미 수강한 사람이나 현재 수강중인 과목의 교재로 같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 읽기 벅찬 교재이다. 특히, 비전공자인데 수강하면 학점이 망할 것 같아서 자습을 하려는 사람이 수학과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웹검색으로 이 책이 좋다는 말을 듣고 집어들면 금방 질려버리고 포기하고 만다. 그런 사람들중에 영어를 겁내..
비잔티움 연대기 1: 창건과 혼란 (Byzantium: Early Centuries), 비잔티움 연대기 2: 번영과 절정 (Byzantium: Apogee), 비잔티움 연대기 3: 쇠퇴와 멸망 (Byzantium: Decline and Fall), 존 줄리어스 노리치, 2007 우리말 번역본 얼마전에 끝낸 “현대 중동의 탄생”의 결론 장에 그 책의 저자는 중동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서로마 이후의 서유럽에 비추어 유추하였다. 그 유추가 심하게 서유럽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다시 읽기 앞서 지난번에 읽을 때에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적어 놓았던 것을 닻 삼아 내린다. 다시 읽기가 끝나면 새롭게 든 생각은 나중에 덧붙이기로 하고... 남들이 말하기를, 이 책의 저자가 ..
현대 중동의 탄생 (A Peace to End All Peace), 데이비드 프롬킨, 2015년 우리말 번역본 책을 읽다보면 우리말이 이상한 부분이 종종 나온다. 그럴때마다 원문이 무엇이었을까 추측하며 영작해서 꿰맞추곤 했기 때문에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자신이 없다. (이건 밑에 따로 더 쓴다.) 내가 오해를 한게 아니라는 전제하에 이야기 하자면... 책 내용을 관통하는 주인공은 영국이다. 영국 이외의 국가는 그냥 “잡국(雜國)”이다. 그 주인공을 가지고 저자가 하는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 개새끼”이다. 영국만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잡국”이라서 욕먹을 기회가 적은 것 뿐이다. 프랑스는 얍삽하고, 러시아는 멍청하면서도 야비하고, 오스만 투르크/터키는 바보같지만 가끔씩 영악하..
Alcohol 120%는 아주 유명한 가상 CD/DVD 드라이브 겸 CD/DVD 라이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전혀 몰랐더라도 그 역사가 10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인 것으로부터 그 인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싸다고 할 수도 없고 비싸다고 할 수도 없는 가격에 판매되었지만, 이 프로그램의 주 사용자 그룹의 성격상 이 프로그램조차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 안내고 사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제작자가 그것을 몰랐을리가 없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무료버전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제작자가 설명을 덧붙이기를 제품 출시 11주년 기념으로 기능을 약간 제한해서 제공한다고 했다. 유용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완전히 무료가 아니라 다른 PUP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