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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초가 되거나 방학이 시작되면 다들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욕이 충만하다. 그래서 주변이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교과서를 추천해 달라고 문의하는 (수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문의를 할 때 자기의 수준을 설명 안하고 넘어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질문자의 수준을 묻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 보일 지경이다.

정말 자기 수준에 맞는 수학 교과서를 원한다면 자기 학교의 수학과 홈페이지를 보면 된다. 요즘은 강의계획서를 제공하지 않는 학교가 드믈다. 많은 경우에는 과거 강의계획서까지 제공한다. 그 강의계획서를 보고 교재를 구해서 강의계획에 맞춰 읽어나가는 것이 자기 수준에 맞는 자습이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질문은, 왜 하필이면 자기 학교 수학과 홈페이지를 봐야 하는가, 왜 누구나 좋다고 하는 교과서를 읽으면 안되는가, 이런 것들이다. 일리가 있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해석개론 교과서로는 Rudin의 Principles of Mathematical Analysis를 누구나 추천하는데 우리 학교 수학과에서는 다른 교과서를 쓴다, 어느게 좋은거냐?” 이런 질문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사실 없다. 그러나, 한가지 대답은 줄 수 있다. 어떤 학교든지 커리큘럼을 정할 때에는 학생의 수준을 고려해서 만든다. 그냥 아무 책이나 놓고 무작정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은 비전공자라도 대충 수학과 커리큘럼이 전제하는 수준과 비슷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같은 학교의 커리큘럼을 보는 것이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물론, 수학 전공자가 예습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전공자가 자습하려는 것이라면 강의계획서가 전제하는 수준에 못 미칠 수는 있지만, 그래봤자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를 들자면, 수학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좋은 교과서”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좋은 책”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Hoffman & Kunze의 선형대수 교과서는 매우 좋은 책임이 분명하지만, 이제 선형대수를 막 자습으로 시작하려는 사람이 읽으면 1년 내내 이 책을 붙잡고 이해하려고 애써도 아주 고생스럽다. 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내용의 풍부함에 근거해서 Hofffman & Kunze의 선형대수 교과서를 권하겠지만, 입문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야 하는 책인 것이다. 이와 같은 “좋은” 책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기 학교 수학과 강의계획서가 좋은 가이드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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