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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腦

벚꽃, 다시 벚꽃

nikolai 2015. 8. 31. 21:00
벚꽃, 다시 벚꽃 (桜ほうさら), 미야베 미유키, 2015 우리말 번역본

어쩌면 작가의 작품세계에 들어가는 첫 책으로는 잘못 집었는지도 모르겠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가 추리작가로 유명하다는 것까지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추리소설 자체를 열정적으로 찾아다니지는 않는지라 한 권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건 나뿐이라고 핀잔을 주듯이 마지막 페이지에는 지난 6월에 이미 불과 1달만에 4번째 찍은 것이라고 나와있다.

하지만 뭔가 미심쩍은 부분도 있기는 하다. 2013년에 발표되었고 뒷표지 날개에 나와있듯이 이미 2014년 신년 초하루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이제서야 번역이 되었다는 것은 이 작품이 작가의 평소 스타일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근거도 없는 막연한 추측이지만,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좀 맥빠진듯한 진행에 실망한 나로서는, 그런 엉뚱한 상상을 믿어서라도 내가 그동안 들었왔던 작가의 명성과 내가 이 작품에서 받은 인상의 괴리를 해소하고 싶다.

구성만을 놓고 보면 전적으로 TV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것 같다. 4개의 장을 구분해 놓았는데 그 사이의 관계가 느슨하다. TV드라마에서 흔히 쓰는 방식대로, 한 회에 기승전결이 완전히 해소되는 사건이 있고, 그 밑에 이게 시리즈물이라는 것을 시청자에게 주지시키는 (사실상 별로 필요는 없는) 흐름을 두는 것이 보인다.

1장을 읽을 때에는 앞으로 남은 분량을 두고 오호, 이거 대하소설급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2장을 다 읽고 나서는 아, 이거 그냥 흔한 일본 드라마급이네 하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3장을 읽을 때에는 기대를 버리고 그냥 중간 중간 나오는 작은 코믹터치에 미소 짓다가 4장에서 조급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내가 지금 왜 이걸 읽고 있는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명성때문에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추리작가라고 했으니 추리소설을 읽어봐야 작가에 대한 공정한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누구라도 나처럼 이 작품으로 미야베 미유키를 접하겠다면 말리고 싶다. 내가 이미 작가의 팬이었다면 작가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환영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를 품고 만나보기에는 그저 그렇다. 나쁜 인상을 심어주지 않으면 다행이다.

정리하면, 작가 이름을 잊어버리고 그냥 연작소설집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 그러나, 아직도 나에게는 이 사람의 추리소설을 읽어봐야 어떤지 알겠다는 생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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