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경제, 토마 피케티, 2014년 우리말 번역본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현란한 책이다. 임금소득의 불평등과 임금소득과 자본소득 사이의 불평등에 대한 몇가지 관측자료를 놓고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공공경제학, 경제성장론, 노동경제학, 금융경제학 등등의 이론 꼭지들을 가져와서 붙여 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이 사람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책의 광고에 나오는 식의 강한 “처방”은 없고, 이전 연구들을 개관하면서 자기 주장을 슬쩍 섞어 넣는 식으로 구성하였다. 그런 현란한 구성만으로 미루어보자면, 대충 학부 3학년 정도의 전공과목에서 서너번 강의한 내용을 모아서 정리한 것처럼 보인다. 개관하는 정도의 내용이라서 그런지, 강한 논리적 연결이 필요한 부분을 슬쩍 비비고 지나가는 것도 있고, 독자가 (아니, 수..
보이지 않는 수호자 (El guardián invisible), 돌로레스 레돈도, 2014년 우리말 번역본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때 표지의 감촉이 나의 첫 Thinkpad를 기억나게 했다. 우레탄 코팅이 되어있는 상판의 독특한 느낌에 매료되었던 그 기억에 더 따지지도 않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늘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항상 후회로 이어진다. 뒷 표지에 광고문구 겸으로 박아 놓은 글귀는 좀 있어 보인다. “청소년의 미래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사회는 실패한 사회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본 이 광고문구는 정치 상업주의의 전형이다. 마치 책 내용이 올해 봄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불행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슬쩍 찔러놓지만, 그런 내용은 주인공의 한차례 독백으로만 나올 뿐..
다독(多讀)을 자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7-8년전에 블로그가 싸이월드를 대신할 SNS가 될 듯이 인기몰이를 할때에도 일년에 100권을 봤다고 자랑하는 사람의 블로그 포스팅을 본 적도 있다. 그 사람이 주르륵 적어 놓은 책 제목들을 보고서는 실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에는 책방에서 서성대다가 장정일이 쓴 다독 자랑 책을 구경하면서 이제 장정일은 창작력은 소진되어 메타북이나 만들면서 돈을 버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방금 전에 아쉬운 일요일 밤의 웹 서핑을 즐기다 책 광고 낚시에 걸려들었다. 나를 낚은 문구는 “3년 동안 1만 부의 책을 읽고 2년 동안 50종의 책을 쓴 사람이 있다”라는 문구였다. 몇년전 어떤 정치인이 자기 장서가 1만권이 넘어서 집이 커야 한다고 억지 부리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