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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腦

다독 자랑

nikolai 2014. 11. 24. 00:00

다독(多讀)을 자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7-8년전에 블로그가 싸이월드를 대신할 SNS가 될 듯이 인기몰이를 할때에도 일년에 100권을 봤다고 자랑하는 사람의 블로그 포스팅을 본 적도 있다. 그 사람이 주르륵 적어 놓은 책 제목들을 보고서는 실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에는 책방에서 서성대다가 장정일이 쓴 다독 자랑 책을 구경하면서 이제 장정일은 창작력은 소진되어 메타북이나 만들면서 돈을 버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방금 전에 아쉬운 일요일 밤의 웹 서핑을 즐기다 책 광고 낚시에 걸려들었다. 나를 낚은 문구는 “3년 동안 1만 부의 책을 읽고 2년 동안 50종의 책을 쓴 사람이 있다”라는 문구였다. 몇년전 어떤 정치인이 자기 장서가 1만권이 넘어서 집이 커야 한다고 억지 부리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그 사람은 몇십년 모은거니까 다 읽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 사람은 3년만에 1만권을 읽었다고?

하루에 10권을 읽어야 3년에 1만권을 읽는다. 아무리 허접해서 불쏘시개라고 부르는 양판소도 하루에 10권을 읽기는 어렵다.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4페이지짜리 동네 마트 할인 전단 훓어보고 한 권 읽은 것이라고 우길 참이라면 가능하기는 하겠다. 그 와중에 2주일에 한 권 꼴로 책을 썼다니 무슨 김성모 만화 공장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허풍이 심한 사람이라면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올리고, 실수로라도 제목에 낚여 사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혹시라도 잊지 않기 위해서 그 광고에서 인용된 그 저자의 공허한 단어 나열을 복사해 놓는다.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라. 낱말을 흩어 놓아라. 자신을 날마다 혁신시켜라. 새로워진 만큼, 성장한 만큼, 딱 그만큼의 책이 나온다.
그의 마지막 말이 맞기는 하다. 그의 단어 나열은 “딱 그만큼”만 나왔다.
@ 광고 문구가 허풍이 아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 생각났다. 학술지를 상대로 사기치는 일에 성공한 경력이 있는 논문 자동 생성기를 조금 수정하면 자기계발서쯤은 초당 한 권씩 만들 수 있기도 하겠다. 어차피 “딱 그만큼”만 허풍치면 되니깐.

@@ 흔히 “파워 블로거지”라고 비하되는 무리가 책에 관련해서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해준 귀중한 책이다. 그런 교훈을 가르쳐줬으니까 한 권쯤 사줄까? 아. 도서할인 불법화 법안이 엊그제부터 시행되었구나. 그럼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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