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告白), 미나토 가나에, 2009년 우리말 번역본 추리소설로 소개받아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러나 추리소설이 아니다. 도대체 소개한 사람은 왜 이걸 추리소설이라고 얘기했을까? 사망/살인 사건이 있어서? 단서를 짜맞추고 작가와 독자가 게임을 하는 의미에서의 추리소설은 아니다. 사건개요와 범인은 첫 장에 이미 다 나온다. 심지어 그 내용은 책 광고에 다 나와있다. 구성 자체는 딱히 새롭지 않다. 같은 사건을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다시 이야기 하는 것을 처음 보는게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첫 장에서 이미 독자는 상자에 담긴 물건을 꺼내어 본 것처럼 대략적인 사건의 윤곽은 알게된다. 그 다음 장부터는 꺼내어 놓은 물건을 이쪽에서 보고 저쪽으로 돌려보고 바닥을 뒤집어 보고 하는 식으로 사건을 더 자세히 살..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 빅데이터 마케팅, 문석현, 2014 어렵게 찾아낸 이 책의 좋은 점: 책 내용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빅데이터”라는 의미없는 유행어는 사라지고 “데이터”라는 정상적인 용어가 사용된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책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좋은 말이 없다. 저자가 뭔가를 알고는 있는 것 같지만, 영업상의 비밀 때문인지 책의 내용에는 서문에서 말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얻어 가시는 계기”를 제공하지 않는다. 데이타를 써서 현명하게 의사결정하는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그 인사이트라면, 나는 여기서 입을 다무는 것이 훨씬 낫겠다. 그게 인사이트라면 나는 애초에 이 책이 대상으로 상정하는 독자가 아니었으니까, 이 책을 집어든 내가 잘못한거다. 좋은 점 하나 더: 책의 밑에 너댓줄은 들어갈 공간..
스틸 라이프 (Still Life), 루이즈 페니, 2014년 우리말 번역본 개정판 (초판 2011) 다른 긴 책을 읽는 중에 쉴 겸 해서 신간쪽을 서성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딱히 좋은 이유가 있어서 뽑아 든 것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똑같은 제목을 달고 있었던 것 때문에 뽑았다. 표지를 슬쩍 뒤집어 보니 추리소설이라고 소개겸 광고가 되어 있네. 그래, 오랜만에 추리소설 하나 읽어보자. 소개겸 광고에 계속 소환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름의 권위는 새로운 시도를 정당화 했다.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것 같다. 내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몇군데 아귀가 안맞는게 보인다. 개정판까지 나온 번역이니까 오역으로 인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 구멍은 오래전에 해리 포터 3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