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噂の女), 오쿠다 히데오, 2013년 우리말 번역본 책 맨 앞에 있는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저자의 말부터 무심결에 읽기 시작하다가 “악녀”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책장을 확 넘겼다. 저자가 스스로 스포일러를 뿌리다니!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또다시 재활용되는 구성에 식상하다는 한마디를 혼자 중얼거렸다. 어쩌면 오쿠다 히데오는 중단편에 능한 사람인데 뭔지 모를 이유로 자꾸 장편급의 길이로 써내야만 하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라라피포” 읽을 때에 받았던 신선한 느낌에 비하면, 이제는 짜증까지 올라오려고 한다. 하루 세끼를 케익으로 먹지 않고 밥으로 먹는게 다 이유가 있듯이 하지만, 그 비슷한 구성이라도, 제목에 나오는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심인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점에..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아마도 새로 만드는 작가에게 칸만큼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던 모양이다. 원작 TV시리즈에서 나온 것을 바탕으로 영화로도 이미 30년 전에 이용한 캐릭터인데, 이걸 또 다시 우려내다니. 30년전 영화는 TV시리즈에 나온 것의 후속작 같은 역할이었으니까 그래도 식상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우려내는 사골은 TV시리즈를 살짝 바꾼 것이라 좀 불만스럽다. 몇년전에 다시 출발한다고 만들었던 영화는 나쁘지는 않았다. 새로운 이야기의 무대가 만들어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암시로 나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이야기는 그런 암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꾸 눈에 걸리는 것들은 스타워즈..
꿈의 도시(無理), 오쿠다 히데오, 2010년 우리말 번역본 내가 이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無理"라는 원제가 이미 다 담고 있다. 책 뒷 표지에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첫 장에서 한 인물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두번째 장으로 넘어갈때 나의 생각은 이미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원제 말고 이 책을 표현할 제목을 짓자면 "最惡 2"라고 하겠다. 가장 떨떠름 한 부분은 바로 구성이다. "최악"에서 한번 쓴 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마치 공식에 넣고 마구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최악"을 읽었을 때에는 그 구성이 다소 토마스 해리스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해리스 식의 짜증나는 평행선은 아니라서 받아들일만 했다. "꿈의 도시"는 해리스 보다 더 짜증나는 평행선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