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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腦

꿈의 도시

nikolai 2013. 8. 12. 01:00

꿈의 도시(無理), 오쿠다 히데오, 2010년 우리말 번역본

내가 이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無理"라는 원제가 이미 다 담고 있다. 책 뒷 표지에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첫 장에서 한 인물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두번째 장으로 넘어갈때 나의 생각은 이미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원제 말고 이 책을 표현할 제목을 짓자면 "最惡 2"라고 하겠다.

가장 떨떠름 한 부분은 바로 구성이다. "최악"에서 한번 쓴 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마치 공식에 넣고 마구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최악"을 읽었을 때에는 그 구성이 다소 토마스 해리스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해리스 식의 짜증나는 평행선은 아니라서 받아들일만 했다. "꿈의 도시"는 해리스 보다 더 짜증나는 평행선을 그린다. 마지막 순간에 그 평행선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만나면서 그 사건의 개연성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약간 각도를 바꾸어서 보면, "라라피포(ララピポ)" 같이 진행했어야 하는 이야기들을 "최악"의 형식에 우겨넣은 것처럼 보인다.

머리속에서 "라라피포"와 같은 형식으로 재구성 한 뒤에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처음에 나오는 공무원의 이야기 줄기외에는 공감과 몰입이 잘 안된다. 밑바닥 영업사원의 이야기는 앞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책 전체의 결말로 가는 사건은 영업사원 자신의 사건이 아니라 주변인의 사건이다. 제일 생뚱맞은 것은 여고생의 이야기 줄기이다. 일본에서는 개연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전설 쯤에 해당할 이야기를 주요 사건으로 잡아서 영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런 이야기들을 "라라피포"처럼 살짝 겹치는 구성으로 했다면 누구라도 읽기를 중단하고 던져버렸을 것 같다.

긍정적인 측면을 찾으라면 익숙한 스타일로 현재 일본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점을 꼽을 수는 있다. 여고생 이야기 줄기 말고는 그다지 멀리 떨어진 남의 얘기 같지는 않다. 윤대녕 같은 공상보다는 훨씬 더 우리 옆에서 벌어질 것만 같은 일들이다. 물론 원제대로 "無理"인 극의 결말 부분은 빼고 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팬이라면 어떻게든 읽을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흔한 일본 드라마식 억지 결말 때문에 이 책에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無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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