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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Trek Into Darkness

nikolai 2013. 9. 25. 23:00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아마도 새로 만드는 작가에게 칸만큼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던 모양이다. 원작 TV시리즈에서 나온 것을 바탕으로 영화로도 이미 30년 전에 이용한 캐릭터인데, 이걸 또 다시 우려내다니. 30년전 영화는 TV시리즈에 나온 것의 후속작 같은 역할이었으니까 그래도 식상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우려내는 사골은 TV시리즈를 살짝 바꾼 것이라 좀 불만스럽다.

몇년전에 다시 출발한다고 만들었던 영화는 나쁘지는 않았다. 새로운 이야기의 무대가 만들어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암시로 나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이야기는 그런 암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꾸 눈에 걸리는 것들은 스타워즈의 강한 영향이다. 스타플릿 제복이 꼭 제국군 제복처럼 보인다. 색깔이며 디자인이며. 아마 모자가 북한군 정복같은 모양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스타워즈 제국군하고 전혀 구분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상식수준의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것도 스타워즈에서 복사해온 것처럼 보인다. Attack of the Clones의 앞부분에 나왔던 것 같은 장면이 지구 옆에서 벌어지는데, 중력가속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값보다 엄청나게 작은 값이다. 그거야 장면에 긴장감을 더해서 관객을 유인하는 장치라고 좌뇌의 한 구석은 이해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럴려면 지구라고 하지를 말던가”하는 불평이 불쑥 솟아 오른다.

원래 스타트렉 자체가 우주 서부극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나온 것이고, TV를 매체로 한 것이라 멋진 장면 몇개 늘어 놓는 것보다는 이야기와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었다. 그런데, 상업영화에서 부수고 싸우고 쫓아가고 하는 장면이 없으면 관객이 안 모일테니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칸과 그 패거리에 대한 서사는 다 더해봐야 30초도 안될듯한 짧은 대화 몇군데로 때우면 참 난감하다. 관객이 나중에라도 생각할 거리는 완전히 삭제된 채 그냥 멋있는 화면만 제공하는거라면 굳이 스타트렉이 아니라도 많다.

반면, 원작 TV시리즈를 모르면 전혀 알 수 없는 트리블이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실험용 쥐처럼 이용되는 장면에서는 트레키가 아닌 일반관객에 대한 배려를 찾기 어렵다. 이런 것만 모아서 이야기하면 앞에서 말한 것과 정반대로 매니아만을 위한 오타쿠영화라고 불러도 딱히 반박하기도 어렵다.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두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그래픽만 보면서 감탄할 수도 있겟지만, 뭔가 (서사이건, 과거 이야기와 연결성이건, 하다못해 과학적 개연성이건) 앞뒤를 맞추려고 시도한다면 좋은 느낌으로 마무리하기 어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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