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2015년 우리말 번역본 츤데레 꼰대. 이렇게 쓰면 스포일러라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알고 읽어도 재미는 있다. 적절한 위치에 웃음이 터지게 배치한 사건들이 읽는 내내 즐겁게 한다. 즐겁고 재미있는 것은 맞지만 이 책을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겠냐고 묻는다면 “읽어 보는거야 뭐...”라고 답하겠다. 우선적으로 이 책은 흔한 상업적 성공의 “공식”에 때려박은 티가 난다. 등장인물 구성부터 그렇다. 주인공의 성격이야 논외로 하고 이란 출신의 인물을 하나 집어넣어 소수인종 또는 다문화의 요소를 넣고 옆집 뚱땡이와 커피집 동성애자 아들, 장애인, 거만한 공무원 등 미국 코미디나 드라마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드라마” 클리셰에 해당하는 요소들은 다 들어있다. 알게 모르게 그런 배경..
한동안 Staedtler의 Noris연필을 써왔다. 문구오타쿠가 알고 싶어할 제품번호는 120-2. 노란 바탕에 까만 줄이 있고 꼭지는 흰 테를 두른 빨간색인 디자인을 처음 봤을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벌 같은 외관이 주는 인상은 어쩐지 거끌거리며 종이에 걸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약간 미끌거리는 듯한 손맛이 온다. 한참 많이 쓰던 파이로트 샤프심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이 연필만 썼었다. 가끔 다른 연필들이 뭐가 있나 구경삼아 노랑연필(Staedtler 134)도 두어 자루 써봤고 다이소에서 싼 맛에 쓰는 저가-저질 연필도 써봤지만 역시 싼건 싼 이유가 있었다. 미친척하고 한 자루에 800원 주고 산 Lumograph는 좋긴 좋은데 그림 그리는 것이 일이 아닌..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 (Engineers of Victory), 폴 케네디, 2015 우리말 번역본 오랜만에 원본을 보자 태그를 붙이는 책이 하나 더 나왔다. 전쟁사와 거리가 먼 경력을 가진 번역자가 둘이 나누어서 했다고 명시한 것에 살짝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역자 후기 마지막에 “[…] 전문가들, 동호인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적어 놓았길래 그것을 믿고 책을 집어들었다. 이제와서 뒤늦게 하는 말이지만, 역자들을 도와주었다는 그 전문가들과 동호인들이 흔히 말하는 “밀덕”이라고 마음대로 상상한건 순전히 나의 잘못이다. 기본적인 군사용어조차 잘못 번역되거나 이상한 (직역)단어로 대치한 것을 못 잡아냈다면 그사람들은 밀덕일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고 동호인이었을까? 예를 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