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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腦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

nikolai 2015. 12. 15. 22:00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 (Engineers of Victory), 폴 케네디, 2015 우리말 번역본

오랜만에 원본을 보자 태그를 붙이는 책이 하나 더 나왔다.

전쟁사와 거리가 먼 경력을 가진 번역자가 둘이 나누어서 했다고 명시한 것에 살짝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역자 후기 마지막에 “[…] 전문가들, 동호인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적어 놓았길래 그것을 믿고 책을 집어들었다. 이제와서 뒤늦게 하는 말이지만, 역자들을 도와주었다는 그 전문가들과 동호인들이 흔히 말하는 “밀덕”이라고 마음대로 상상한건 순전히 나의 잘못이다. 기본적인 군사용어조차 잘못 번역되거나 이상한 (직역)단어로 대치한 것을 못 잡아냈다면 그사람들은 밀덕일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고 동호인이었을까?

예를 딱 하나만 들자면, 이 번역본에서 차량화 보병(motorized infantry)은 자주 오역되고 있다. 그래도 기계화 보병이라고 오역하는건 밀덕이나 역덕이 아닌 이상 그걸 굳이 따지고 드는걸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3장가서 나오는 “동력화”라는 번역은 역사적 또는 군사적 상식이 있는 사람은 배를 잡고 웃을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번역서를 읽어도 될 만한 사람들은 영어시험을 앞두고 영작연습을 해야 하는 사람들 (원문이 무엇이었길래 이런 이상한 말이 나왔을까 추측하려면 영작을 많이 해야한다) 그리고 오역이 가져오는 사회문화적 폐해를 연구하는 사람들 (나도 사례 몇개는 제공할 수 있다) 정도라고 봐도 되겠다. 그 밖의 사람들은 그냥 원본을 보는게 더 낫다. (심지어 훨씬 싸다.)

나의 기피인물 목록이 두 줄 늘어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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