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을 설계한 사람들 (Engineers of Victory), 폴 케네디, 2015 우리말 번역본 오랜만에 원본을 보자 태그를 붙이는 책이 하나 더 나왔다. 전쟁사와 거리가 먼 경력을 가진 번역자가 둘이 나누어서 했다고 명시한 것에 살짝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역자 후기 마지막에 “[…] 전문가들, 동호인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적어 놓았길래 그것을 믿고 책을 집어들었다. 이제와서 뒤늦게 하는 말이지만, 역자들을 도와주었다는 그 전문가들과 동호인들이 흔히 말하는 “밀덕”이라고 마음대로 상상한건 순전히 나의 잘못이다. 기본적인 군사용어조차 잘못 번역되거나 이상한 (직역)단어로 대치한 것을 못 잡아냈다면 그사람들은 밀덕일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고 동호인이었을까? 예를 딱 ..
현대 중동의 탄생 (A Peace to End All Peace), 데이비드 프롬킨, 2015년 우리말 번역본 책을 읽다보면 우리말이 이상한 부분이 종종 나온다. 그럴때마다 원문이 무엇이었을까 추측하며 영작해서 꿰맞추곤 했기 때문에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자신이 없다. (이건 밑에 따로 더 쓴다.) 내가 오해를 한게 아니라는 전제하에 이야기 하자면... 책 내용을 관통하는 주인공은 영국이다. 영국 이외의 국가는 그냥 “잡국(雜國)”이다. 그 주인공을 가지고 저자가 하는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 개새끼”이다. 영국만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잡국”이라서 욕먹을 기회가 적은 것 뿐이다. 프랑스는 얍삽하고, 러시아는 멍청하면서도 야비하고, 오스만 투르크/터키는 바보같지만 가끔씩 영악하..
The Balkans: A Short History, Mark Mazower, 2000 (목숨 걸고 피해야 하는) 우리말 번역본: 발칸의 역사, 2014년 신판 (초판 2006) 서양근대사에 대한 나의 관심은 홈스봄의 저작들을 축으로 형성되었다. 고등학교 세계사 수준의 지식을 넘어서는 발칸반도의 역사에 대한 막연한 관심도 비슷한 이유로 생겼다. “제국의 시대”에서 언급된 부분부터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를 거쳐 “극단의 시대”에도 지엽적인 것처럼 다루어지는 것이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저작들은 큰 그림을 보는데에는 훌륭한 책들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엉뚱한 이유이긴 하지만, 영어로 쓰여진 세계사책에서 우리나라가 지엽적으로 다루어지는 것과 같은 괜한 억울함이 겹쳐 있다는 것은..
비엔나: 천재들의 붉은노을 (Fin-de-siècle Vienna: Politics and Culture), 칼 쇼르스케, 2010년 우리말 번역본 내가 이 책에 막연한 관심을 가진 것은 홉스봄이 “제국의 시대”에서 여러번 인용하고 언급해서였다. 무슨 책이길래 본문에서도 인용하고 본문 뒤의 더 읽어볼 책 목록에 올려서 독자에게 권했을까? “제국의 시대”를 읽을 당시에는 원서도 번역서도 서점에는 없었고 외국에 주문해서라도 읽고 싶을 정도로 궁금증이 크지는 않아서 그냥 그렇게 잊혀졌다. 얼마전 할 일 없이 책방을 방황하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이 번역본은 나를 살짝 흥분하게 만들었다. 하드커버에 화려한 장식을 넣은 표지, 컬러 화보, 멋진 절 번호 장식 등등 휘리릭 책장 넘기면서 받은 외관에 대한 인상은 환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