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남경태, 2012년 아날로그 블로그. 이 일곱 글자가 이 책을 요약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남경태라는 이름은 비잔티움 연대기 번역본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 역자가 추가한 주석이 처음에는 흥미롭다가 뒤로 갈 수록 진지한 역사와는 거리가 먼 만담급의 소설로 변화하는 것이 그저 그렇다는 인상을 남겼다. 문맥을 놓친 번역도 그런 부정적 인상에 일조했다. 영어속담에 관한 역자의 무지때문에 발생한 단어대치는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역자가 무엇을 했을까 상상해보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에 발번역의 대가를 발견한 이후로는 다른 모든 오역들은 업무상 실수 같아 보인다는 것은 명시해야겠다.) 그런 부정적 인상을 뒤로하고 내가 이 책을 뽑아 들은건 얼마전에 읽기를 마친 한 글쓰기 ..
스냅: 상대의 미래를 간파하는 힘, 매튜 헤르텐슈타인, 2014년 우리말 번역본 책 뒤의 50여 페이지(대략 전체의 1/6)에 이르는 참고문헌과 주석은 어쩐지 학술서적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책 전체를 글자 몇개로 요약할 수 있다: “척 보면 안다. 아님 말고.” 얼핏 보기에는 통계적 “증거”를 이용하는 사뭇 과학적인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꼼꼼히 잘 읽어보면 과학과 비슷(似)하지만(而) 아닌(非), 글자 그대로 사이비 과학이다. 일상 생활에서 보통 사람들이 “척 보면 안다”는 것이 신비한 일인 것은 맞다. 그런데 이 책이 그것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는 방식은 점성술 같은 방식이다. 이 책이 점성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는 인간의 직관적 인식의 인과관계가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
다독(多讀)을 자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7-8년전에 블로그가 싸이월드를 대신할 SNS가 될 듯이 인기몰이를 할때에도 일년에 100권을 봤다고 자랑하는 사람의 블로그 포스팅을 본 적도 있다. 그 사람이 주르륵 적어 놓은 책 제목들을 보고서는 실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에는 책방에서 서성대다가 장정일이 쓴 다독 자랑 책을 구경하면서 이제 장정일은 창작력은 소진되어 메타북이나 만들면서 돈을 버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방금 전에 아쉬운 일요일 밤의 웹 서핑을 즐기다 책 광고 낚시에 걸려들었다. 나를 낚은 문구는 “3년 동안 1만 부의 책을 읽고 2년 동안 50종의 책을 쓴 사람이 있다”라는 문구였다. 몇년전 어떤 정치인이 자기 장서가 1만권이 넘어서 집이 커야 한다고 억지 부리던 모습..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 빅데이터 마케팅, 문석현, 2014 어렵게 찾아낸 이 책의 좋은 점: 책 내용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빅데이터”라는 의미없는 유행어는 사라지고 “데이터”라는 정상적인 용어가 사용된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책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좋은 말이 없다. 저자가 뭔가를 알고는 있는 것 같지만, 영업상의 비밀 때문인지 책의 내용에는 서문에서 말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얻어 가시는 계기”를 제공하지 않는다. 데이타를 써서 현명하게 의사결정하는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그 인사이트라면, 나는 여기서 입을 다무는 것이 훨씬 낫겠다. 그게 인사이트라면 나는 애초에 이 책이 대상으로 상정하는 독자가 아니었으니까, 이 책을 집어든 내가 잘못한거다. 좋은 점 하나 더: 책의 밑에 너댓줄은 들어갈 공간..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 (Why software sucks... and what you can do about it), 데이비드 플랫, 2008년 우리말 번역본 이 책을 한 구절로 줄여서 표현하면, 소프트웨어 버전의 “힐링”책이다. 도대체 이런 “개떡같이 만든” 책이 팔린다는게 이해가 안간다. 제일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 책이 대상으로 삼는 독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첫 장의 예들을 보면서 생각하기로는 모든 사업에 공통적인 “고객을 알라”는 기본을 모르는 초보 프로젝트 매니저가 대상 독자인줄로만 알았다. 보안 얘기를 하는 장으로 넘어가니 single sign-on을 추종하는 블로그 수준의 잡글로 변신한다. 그러더니 프로그래머 컨퍼런스 다니던 것을 자랑하는 장으로 가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