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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 (Why software sucks... and what you can do about it), 데이비드 플랫, 2008년 우리말 번역본

이 책을 한 구절로 줄여서 표현하면, 소프트웨어 버전의 “힐링”책이다. 도대체 이런 “개떡같이 만든” 책이 팔린다는게 이해가 안간다.

제일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 책이 대상으로 삼는 독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첫 장의 예들을 보면서 생각하기로는 모든 사업에 공통적인 “고객을 알라”는 기본을 모르는 초보 프로젝트 매니저가 대상 독자인줄로만 알았다. 보안 얘기를 하는 장으로 넘어가니 single sign-on을 추종하는 블로그 수준의 잡글로 변신한다. 그러더니 프로그래머 컨퍼런스 다니던 것을 자랑하는 장으로 가면 그냥 독특한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휴식/오락 목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다. 결국 맨 마지막 장의 “다섯 단계”를 보고서야 대상 독자가 프로그래밍은 모르지만 소프트웨어에 막연한 불만은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간에 테크에드에 참석했던 일화들이나 하바드 평생교육원에서 강사하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나 자기가 낸 책들을 은근히 광고하면서 권위를 세우는 것을 보면 저자가 프로그래밍 문외한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닌 부분에 나서다가 오류를 범한다. 대표적으로 보안과 관련한 주장들이 그렇다. 컴퓨터에 관련한 보안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도구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것은 “경구”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말이며 이 책에도 인용이 되어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이트 하나에 모든 신뢰를 거는 single sign-on을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추종할 수는 없다. (그래놓고는 뒤에 가서는 휴대폰을 이용한 single sign-on의 다른 구현은 까대는건 웃기는 정도를 넘어서 불쌍할 지경이다.)

이 책은 그냥 소프트웨어를 쓰다가 자기 마음대로 안되어서 기분 상한 사람들의 “힐링”용으로 쓰는 것 이상의 가치는 없다. 어쩌면 처음 두 장은 “고객을 알라”는 격언이 몸에 배지 않은 초보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교훈이 될만한 사례집으로서의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몇가지 사례가 14000원의 가치는 없다. 누가 권한다면 그 권하는 사람에게서 빌려보면 충분하다. 빌려서 읽었는데 좋으면 그때 사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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