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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 상대의 미래를 간파하는 힘, 매튜 헤르텐슈타인, 2014년 우리말 번역본

책 뒤의 50여 페이지(대략 전체의 1/6)에 이르는 참고문헌과 주석은 어쩐지 학술서적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책 전체를 글자 몇개로 요약할 수 있다: “척 보면 안다. 아님 말고.”

얼핏 보기에는 통계적 “증거”를 이용하는 사뭇 과학적인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꼼꼼히 잘 읽어보면 과학과 비슷(似)하지만(而) 아닌(非), 글자 그대로 사이비 과학이다. 일상 생활에서 보통 사람들이 “척 보면 안다”는 것이 신비한 일인 것은 맞다. 그런데 이 책이 그것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는 방식은 점성술 같은 방식이다.

이 책이 점성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는 인간의 직관적 인식의 인과관계가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에 근거한다. 점성술은 인간의 미래가 별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근거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별의 위치를 정교하게 예측하는 방법만 열심히 파고 들었다. 마찬가지로,이 책의 내용은 사람들이 “척 보면 아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냥 사람들이 척 보고 알아맞힌 결과를 모아서 거기에 공통된 것들이 무엇인지 마구 늘어놓고 “그럴듯 하지?” 하면서 강요하고 있다. 논리적 인과관계 설명 없이 자기 주장을 강변할 때 항상 도구로 끌려나오는 통계학이 등장하는건 예정된 수순이다. 그러니 제대로된 과학적 결론이 나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꼭 그런건 아니니깐 아님 말고” 초식을 시전할 수 밖에 없다.

책을 소개받을때 기대했던 과학적 설명은 전혀 얻지 못하고 흔한 허접쓰레기 자기계발서 하나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불쾌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 적힌 자잘한 사실을 이용해 남을 속이려는 사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나 유용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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