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천재들의 붉은노을 (Fin-de-siècle Vienna: Politics and Culture), 칼 쇼르스케, 2010년 우리말 번역본 내가 이 책에 막연한 관심을 가진 것은 홉스봄이 “제국의 시대”에서 여러번 인용하고 언급해서였다. 무슨 책이길래 본문에서도 인용하고 본문 뒤의 더 읽어볼 책 목록에 올려서 독자에게 권했을까? “제국의 시대”를 읽을 당시에는 원서도 번역서도 서점에는 없었고 외국에 주문해서라도 읽고 싶을 정도로 궁금증이 크지는 않아서 그냥 그렇게 잊혀졌다. 얼마전 할 일 없이 책방을 방황하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이 번역본은 나를 살짝 흥분하게 만들었다. 하드커버에 화려한 장식을 넣은 표지, 컬러 화보, 멋진 절 번호 장식 등등 휘리릭 책장 넘기면서 받은 외관에 대한 인상은 환상적..
CD보다 고해상도의 음원으로 소개되고 판매되는 음원이 있다. 이런 고해상도 음원에 대한 생물학, 수학, 그리고 공학 이론적인 효용성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판매되는 곳이 있으면 아무래도 기웃거리게 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왼쪽 뇌에서는 고해상도 음원을 틀어봤자 알아 들을 수 없다고 이해하더라도 오른쪽 뇌는 뭔가 다르고 감동이 더 커진 것 처럼 느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도 모르는 오른쪽 뇌라고 계속 쥐어박으면 자기만 아프다. 지난번에 24bit 192KHz 음원과 재생기기가 보통 사람에게는 별로 큰 감흥을 일으켜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때 비트수가 크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부분만 쓰고 샘플링레이트에 대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글로 링크를 걸었었다. 이번에는 높은 샘플..
80년대 코미디 영화 중에 이런 장면이 있다. 한 다큐멘타리 작가가 하드 록 기타리스트를 방문해서 인터뷰하는데, 기타리스트가 자기 앰프를 자랑한다. "이 앰프는 아주 특별해요. 왜냐하면 이건 볼륨이 11까지 있거든." "보통 10까지 있는데 이건 11까지 있네요." "그렇죠? 다른 앰프는 볼륨 아무리 올려도 10까지 밖에 안가는데, 내거는 11까지 가니까 엄청나게 좋은 앰프라구요." "다른 앰프도 볼륨 눈금을 1부터 10까지 붙인거 떼내고 거기도 1부터 11까지 눈금 그리면 되잖아요? 그럼 그것도 11까지 가는데요?" "아니, 내거는 11까지 가는거고 다른건 10까지 밖에 안간다니깐 지금 무슨 소리?" "그럼, 이 앰프에 붙어있는 11까지 그린 눈금 떼고 1부터 10까지 눈금 새로 그리면 아무리 돌려도 ..
행렬로 계산만 열심히 하는 수준을 넘어 추상공간으로 향해 가는 바탕을 위해 공부한다면 단연 이인석 "선형대수와 군"이 제일 쉽게 읽힌다. 초성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포함해서 경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것도 좋게 해석해주자면 독자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는 장치로 볼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이 버겁다면 아마 우리말로 된 선형대수 교과서 중에 더 쉽게 읽을 책은 없다고 본다. 이것보다 더 쉽다는 책들은 대부분 행렬을 가지고 "왜 그런가" 보다는 "어떻게 산수하는가"를 가르치는 책들이라서 추상공간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영어로 쓴 책이라도 상관없다면 아마도 Axler "Linear Algebra Done Right"이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중에 제일 쉬운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