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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腦

쉬운 선형대수 교과서

nikolai 2012. 5. 20. 01:10

행렬로 계산만 열심히 하는 수준을 넘어 추상공간으로 향해 가는 바탕을 위해 공부한다면 단연 이인석 "선형대수와 군"이 제일 쉽게 읽힌다. 초성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포함해서 경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것도 좋게 해석해주자면 독자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는 장치로 볼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이 버겁다면 아마 우리말로 된 선형대수 교과서 중에 더 쉽게 읽을 책은 없다고 본다. 이것보다 더 쉽다는 책들은 대부분 행렬을 가지고 "왜 그런가" 보다는 "어떻게 산수하는가"를 가르치는 책들이라서 추상공간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영어로 쓴 책이라도 상관없다면 아마도 Axler "Linear Algebra Done Right"이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중에 제일 쉬운 책일 것이다. Axler 교과서는 행렬식을 최대한 뒤로 미루어 놓았다는 특징이 있다. 고유값과 고유벡터에 대한 설명도 그것들을 구하는 계산법 자체보다는 그것의 의미 자체를 (어차피 미분방정식 들으면 나오는 얘기지만) 꽤 공을 들여 설명하고 있고, 고유값 존재 증명도 행렬식 없이 해내는 등, 최대한 쉽게 논의한다. 하지만, 쉽게 하다보니 진짜 기초에 해당하는 부분들만 설명된다. 대충 말하자면, 행렬대수로 배운 선형대수의 내용을 고스란히 벡터공간과 선형사상으로 말만 바꾸어 놓은 정도이다. 그래서 결국은 이인석 교과서 또는 그것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교과서를 읽게 된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유용한 Halmos "Finite-Dimensional Vector Spaces"도 빼놓을 수 없는 선형대수 교과서이다. 함수해석으로의 연결을 염두에 두고 내적공간에서의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독특하다. 벡터의 수렴에 대한 논의도 다루고 있고, 부록은 선형대수의 결과를 힐버트공간으로 일반화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대략적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행렬식의 정의를 읽었을때 짜릿한 희열을 느꼈었다. 그 이전에 공부했던 수준은 단순 행렬산수로서의 선형대수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쉽게 쓰는 책들은 현대대수의 개념을 전혀 쓰지 않고 설명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 결과 행렬식을 뭔지 모를 이상하고 복잡하면서 직관적인 의미도 알 수 없는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깔끔하며 멋있는 설명이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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