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噂の女), 오쿠다 히데오, 2013년 우리말 번역본 책 맨 앞에 있는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저자의 말부터 무심결에 읽기 시작하다가 “악녀”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책장을 확 넘겼다. 저자가 스스로 스포일러를 뿌리다니!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또다시 재활용되는 구성에 식상하다는 한마디를 혼자 중얼거렸다. 어쩌면 오쿠다 히데오는 중단편에 능한 사람인데 뭔지 모를 이유로 자꾸 장편급의 길이로 써내야만 하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라라피포” 읽을 때에 받았던 신선한 느낌에 비하면, 이제는 짜증까지 올라오려고 한다. 하루 세끼를 케익으로 먹지 않고 밥으로 먹는게 다 이유가 있듯이 하지만, 그 비슷한 구성이라도, 제목에 나오는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심인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점에..
꿈의 도시(無理), 오쿠다 히데오, 2010년 우리말 번역본 내가 이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無理"라는 원제가 이미 다 담고 있다. 책 뒷 표지에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첫 장에서 한 인물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두번째 장으로 넘어갈때 나의 생각은 이미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원제 말고 이 책을 표현할 제목을 짓자면 "最惡 2"라고 하겠다. 가장 떨떠름 한 부분은 바로 구성이다. "최악"에서 한번 쓴 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마치 공식에 넣고 마구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최악"을 읽었을 때에는 그 구성이 다소 토마스 해리스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해리스 식의 짜증나는 평행선은 아니라서 받아들일만 했다. "꿈의 도시"는 해리스 보다 더 짜증나는 평행선을 그린다...
오쿠다 히데오, 한밤중에 행진(眞夜中のマ-チ), 2007년 우리말 번역본 오쿠다 히데오를 소개받은 것은 2008년 "남쪽으로 튀어"(サウス·バウンド)를 통해서였다. 일본 작가는 하루키 이외에는 진지하게 읽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상당히 재미있게 다가온 사람이었다. 그 이후로 이라부 단편 연작 시리즈를 세 권 정도 읽어보고, 다른 중장편 몇 권을 읽어보았다. 번역자들은 달랐지만 번역이 원문을 제대로 살렸다는 전제하에 (엄청나게 강한 가정!) 말하자면, 그의 글은 가볍게 통통 튀는 경쾌한 느낌이다. 글을 읽다보면 눈 앞에서 5살쯤 되는 아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탱탱볼을 튀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나치게 웃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쓸데없이 무게잡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중간의 위치에서 읽는 사람이 편안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