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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腦

오베라는 남자

nikolai 2016. 5. 4. 22:00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2015년 우리말 번역본

츤데레 꼰대. 이렇게 쓰면 스포일러라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알고 읽어도 재미는 있다. 적절한 위치에 웃음이 터지게 배치한 사건들이 읽는 내내 즐겁게 한다.

즐겁고 재미있는 것은 맞지만 이 책을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겠냐고 묻는다면 “읽어 보는거야 뭐...”라고 답하겠다. 우선적으로 이 책은 흔한 상업적 성공의 “공식”에 때려박은 티가 난다. 등장인물 구성부터 그렇다. 주인공의 성격이야 논외로 하고 이란 출신의 인물을 하나 집어넣어 소수인종 또는 다문화의 요소를 넣고 옆집 뚱땡이와 커피집 동성애자 아들, 장애인, 거만한 공무원 등 미국 코미디나 드라마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드라마” 클리셰에 해당하는 요소들은 다 들어있다. 알게 모르게 그런 배경을 그리는 드라마에 젖어 있어서인지 이 책의 배경이 좀 진부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묘한 친숙함 위에 진행되는 사건들도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주인공의 인물 성격 묘사를 보면서 바로 “대발이 아빠” 캐릭터를 떠올릴 정도로 뻔하다. 그런 주인공으로 신나게 코믹 드라마를 끌고 가다가 억지 감동을 강요하고 눈물을 짜낼 것을 요구하는 진행은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신물나게 봐서 그런지 엉뚱한 친밀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뻔한 상황에서도 독자의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 맞다. 그건 높이 사야 한다.)

개연성이 망가지는 설정도 가끔 나오는게 껄끄럽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장인이 주인공 부부에게 재산을 물려준 것에 대한 짤막한 설명은 좀 짜증스러웠다. 한편 책의 마지막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끝내야 할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책을 시작하는 장면에 대응하는 장면의 사건이 해소되었을때 이야기를 끝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굳이 Big Fish의 마지막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 것은 군더더기 같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의 첫 작품에 높은 완성도를 바라는게 너무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읽어 나가면서 여기저기 보이는 영어판을 중역한 흔적도 내 입장에서는 감점요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번역작업을 옆에서 본게 아니니까 진짜 중역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연히 스웨덴어와 영어의 표현이 일치했다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영어식 표현이 많다. 어차피 번역소설이니까 줄거리를 넘는 언어예술성을 바라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에이 사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든다.

단점을 많이 지적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여기저기 영화에서 복사해 온 것 같은 장면들을 보면서 원본이 되었을만한 영화 맞추기 놀이하는 것도 재미있다. 주인공과 그 장인이 만나서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 같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잡아내는 능력이 계속 빛난다면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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