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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腦

템플러

nikolai 2015. 12. 9. 00:00

템플러 (The Templars), 마이클 해그, 2015년 우리말 번역본

스티븐 킹이 말하길 글을 쓰는건 텔레파시라고 했었다. 이 책은 소설만 텔레파시가 아니라는걸 보여준다.

성전기사단. 흥미를 돋우는 제목이다. 저자는 아마도 “다빈치 코드” 같은 공상소설이 마치 역사소설인듯이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 격분한 것 같다.

앞의 4부의 내용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역사 교양서 수준이다. 그림과 사진도 많고 박스도 있는 것이 어린이용 교과서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편집이야 어떻든간에 내용은 성전기사단에 관련된 역사를 쭉 훓어주는 것이 나름 만족스럽다. 그런데 5부에 가서 성전기사단이 해체된 이후의 일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 저자가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 하는게 보인다.

5부의 첫장은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 남아있는 성전기사단의 행적을 간략히 정리하면서 시작하니까 아직까지 저자는 평정을 유지한다. 그런데 5부 2장은 제목부터 저자의 분노가 느껴진다: 음모론 - 성전기사단과 날조, 사이비 역사. 그나마도 처음에는 성전기사단을 악의 화신으로 엮으려는 악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나름 객관적인 비판이었지만, 뒤에 가면 프리메이슨의 뇌내망상과 그걸 또 확대재생산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의 관자놀이가 불끈불끈하는게 눈에 선하다.

그 뒤의 6부와 7부는 좀더 광범위한 독자를 상대로한 마케팅의 결과로 나온 듯한 내용이라 나로서는 기대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6부 끝에서 7부로 이어지며 다시 터지는 저자의 분노는 그 불길이 아주 뜨겁다.

검색을 해보니 저자는 이 책 발간 이후에 다시 한번 성전기사단에 대한 책을 썼다. 그 책을 보면 좀더 진지한 역사적 내용을 읽을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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