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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腦

스페인 은의 세계사

nikolai 2016. 9. 22. 21:00

스페인 은의 세계사, 카를로 M. 치폴라, 2015년 우리말 번역본

매우 얇다. 머릿말, 본문, 주석, 참고문헌 다 해도 본문 중간에 들어있는 그림을 빼면 100페이지 정도 밖에 안된다. 치폴라에 대한 역자의 소개와 역자 후기까지 다 더해도 150페이지 뿐이다. 너무 얇아서 이거 만원 넘게 주고 산 책이 맞는건지 잠시 당황했다.

오래전 경제사 시간에 근대 초기의 “은의 블랙홀”로서의 중국에 대한 논의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 내용은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이 책의 뒷부분이 그 내용을 조금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집어 들은 이유가 바로 그 옛날에 들은 은의 무한한 수요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보려는 것이었으니 목적의 일부는 달성한 셈이다.

본문의 내용은 참 잘 읽힌다. 번역도 훌륭하다.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국제거래 기준이 되는 통화로서의 은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 전공자가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게 마음에 쏙 든다. 누구에게나 “이야기 책으로서의 역사”로 권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화폐사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한 개관으로 읽건, 아니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로 읽건, 한번쯤은 읽어 볼만한 책이다. 오랜만에 주변에 추천할 만한 책을 만나서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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